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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했다. 열심히 술병들을 치우고 곰팡이핀 음료병들 맥주병 막걸리병 옥수수수염차병 알로에주스병 그리고 한두모금씩 남아있어서 마시기찝찝했던 생수병들 재떨이 종이컵들을 싱크대에 전부 버렸다. 싱크대에서 냄새가 나서 물을 열심히 틀어서 냄새를 없앴다. 빗자루로 바닥을 열심히 쓸었다. 겨드랑이털 고추털 엉덩이털 다리털 머리털 의문의 털들이 빗자루에 엉겨붙어서 쓸었던 자국에 한두가닥씩 떨어져서 두세번씩 미세한 힘으로 쓸었다. 침대밑쪽도 쓸었다. 맥주와 재떨이 물을 닦은 수건과 휴지와 냄비와 소주병과 하이트 미니캔과 거금 5만원을 주고산 무선 아크마우스가 굴러나왔다. 앉은뱅이 책상에도 털들과 먼지와 쓰레기가 너무 신경쓰여서 전선들과 멀티탭과 책들을 다 들어내고 책상위를 속시원하게 빗자루로 쓸어냈다. 빗자루로 방을 다 쓸어내니까 침대도 정말 빗자루질해서 청결하게 하고싶은 강박감이 생겼지만 말도안되니까 안했다. 대신 섬유방향제를 칙칙뿌려서 기분상 청결해진 느낌만 느끼기로 했다. 구피 밥도 주고 물도 갈아줬다. 너무 죄책감이 드는건 정말 너무 작고 먹이도 잘 못먹어서 열에서 소외된 구피 한마리가 미세한 손틈사이로 빠져서 구제할 틈도 없이 싱크대 구멍속으로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창문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책상위도 청소했다. 바닥을 닦자 했지만 그건 너무 다리가 아프고 땀날거같아서 온수만 틀어뒀다가 걸레질 하지않았다. 그래서 발바닥에 미세한 먼지들이 다닥다닥 붙는 기분이었지만 전보다는 훨씬 쾌적해진거니까 감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