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들어가겠다는 건지
나오겠다는 건지
고양이 한 마리 병에 머리를 넣고 간다
아니다 머리에다 병을 넣은 것이다
어느 곳에도 부딪히지 않은 병은
고양이의 목을 고요히 감싸고 있다
밤에는 전구 불빛이 걸어다니는 것 같다
유리병 고양이는 숨이 찰 때마다
숨을 덜 쉬어야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유리병을 깨면 살 수 있겠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으나
이미 고양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 숨어 살고 있었다
나무를 베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입을 모았지만
나무는 주인이 있었고 마침 주인은 없었다
배가 고플 것이지만
만족스러워할 수도 있었다
병 안의 옹색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중얼거리지만
사람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했다
며칠 후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유리병 하나가 발견되었다
유리병 안에 아주 완벽하게 고양이가 들어가 있었다
차라리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유리병 고양이, 이병률 <찬란>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