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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망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일주일 혹은 나도 모르는(내가 정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은) 일정한 주기가 나를 지배한다고 느끼는 것인데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나는 집을 그 주기에 맞춰서 쓰곤 한다. 마치 어떤 날 이 집을 나갈것처럼, 혹은 어떤 이벤트로 인해 집을 치울것이라는 생각에 집을 안치우고 있지만 그 날이 확실하게 올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치우거나, 어떤 날을 기다리며 잠을 아낀다거나, 장을 보지 않는다거나, 어떤 나도 모를 기대를 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어떤 날이 뭔지는 나도 전혀 모르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걸 자각하는 순간 모든 생각이 찝찝하고 허무하게 터져버리면서 대체 이 생각을 왜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다 금새 다른 생각을 한다.
이 자각의 순간은 대체로 소변을 보면서 낮은 전등이 얼굴에 공격적으로 빛을 쏘아댈 때 오며, 물을 내리면서 생각이 정리되곤 한다.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하거나 일상의 권태를 깨줄 어떤 이벤트를 기다리는 건가 추측도 해보지만 왠지 그렇게 허무하게 결론 내려버리면 안그래도 찝찝한 기분이 더 찝찝해 질까봐 아무런 결론없이 침대로 가서 눕거나 옷을 입거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