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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발소

나는 이발사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청결하잖아. 청결하지 않은 이발사는 본 적이 없어. 어느 날부턴가는 이발소에 가는 일이 촌스러운 일이 돼버려서 더 이상 가지 않지만 난 여행을 가서 어쩔 수 없이 머릴 잘라야 할 일이 있으면 이발소를 찾아가. 앞머리가 눈을 찌른다거나, 며칠 동안 머리를 감을 수 없어서 떡진 머리 속으로 스멀스멀 뭔가가 기어다니는 기분이 들면 역 앞에 내려 이발소가 있는지 두리번거리지. 이발소여야만 해. 달착지근한 미용실의 냄새가 아닌 비누 냄새 나는 왜 그런 이발소 있잖아...........(중략)

면도는 꼭 하게 내버려 둬야 해. 네팔에서도 중국 류저우에서도, 루마니아 시골 마을에서도 내가 이발사에게 면도를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듯 찜찜한 표정을 보였거든. 대신 면도날은 끓는 물에 소독한 다음, 면도를 해달라고 하는 게 좋아. 나 때문에 일부러 물을 끓이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게 좋아.

멕시코의 곤잘레스 할아버지는 기막힌 이발사였어. 60대의 할아버지 였는데 그 손길, 있잖아. 일개 머리통에 불과한 것을 대하는 자세가 예술적이었어. 뭐랄까, 배려가 넘치면서, 정확하고, 심지어 부드럽기까지 했는데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전혀 생색내지도 부러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다는 거야.

압권은 역시 면도였어. 그는 세 개의 컵을 가져다 나에게 향을 맡게 했는데 비누 거품을 만드는 그 통엔 각각 향이 다른 비누가 담겨 있었거든. 그중에서 맘에 드는 걸 고르게 하는 거야. 이 정도면 이 할아버지가 얼마나 프로인지를 알 수 있겠지. 물론 머리 감길 때 역시 손님이 선택한 향비누로 머릴 감겨주더라고. 난 적어도 남을 위한 배려가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 한 가지 비누만으로 모든 손님의 머릴 감기고 면도를 해주는 것도 뭐 나쁜 일이긴 할까마는 왠지 존중받는 느낌이잖아.

내 머리카락과 수염이 존중받는 거잖아. 그 기분이 나쁠 리 없잖아.

- 이병률 산문집 <끌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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