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주체의 죽음. 그러나 이는 모든 주체의 죽음이 아니다. 자신을 "궁극적인 것"으로 여겼던 어느 독단적 주체의 죽음일 뿐이다. 이 낡은 주체의 무덤에서 이제 새로운 주체가 걸어나와야 한다. 이성의 폭력성을 철회하고, 인간화를 거부하는 자연이라는 타자에 귀를 기울이고, 동일화의 강박을 벗고 개별자들의 존재를 존중하며,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써, 합리적으로 관리되는 사회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탈근대적 주체. 타자가 아니라 자신을 지배하고, 그렇다고 자기 안의 자연을 억압하지 않고, 비동일성 속에서 동일성(정체성)을 유지하는 주체. 섣부른 희망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절망하지도 않고, 역사에 최종목적(텔로스)을 설정하지 않으나 저항을 포기하지도 않고, 불꽃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포착할 감수성을 지닌 현대적 의미의 예술적 주체............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中 <아도르노 - 진리, 가상,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