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서울의 한 피자집엘 갔는데 화장실이 참 괴랄했다. 뒷문을 통해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2칸의 화장실이 나란히 있다.
그런데 화장실을 가려는 대기인원이 너무 많으니 그 두칸의 남녀구분은 자연스레 없어지다시피 했고 급한대로 먼저 나오는 쪽을 줄의 맨 앞사람이 들어가는 식이었다. 더 진기한 경험은 다음에 있었다; 대기 줄이 길어 계단을 올라갈때부터 내 앞사람과 뒷사람의 얼굴을 마주치게 되어 면식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농도 깊은 경험은 면식 이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 긴 시간동안 겪게 되었다. 줄을 기다리는 그 어색한 적막감 속에서 나는 본의아니게 내 뒷사람을 의식하여 용변을 봐야겠다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적막감 속에서 들리는 화장실 안의 그 구면의 낯선이들이 내는 여러 소리들이 그렇게 만든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욱이 밀도깊은 경험은 내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겪게 되었다; 문을 잠그고 뒷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최대한 얌전하고 조용히 구렁이 담넘어 가듯 일을 보려 노력하던 그 때 면식이 생겨버린 내 앞사람이 이용했던 그 공간에서 앞사람을 느끼게 된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중 어느하나 그러한 불편한 구조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그 동네 특유의 감성으로 받아들여 그 불편함을 만끽하고, 즐기는듯 보였다니 내 기분이 얼마나 말랑해졌겠는가.